90장 태운 후기
평소 꿈을 잘 꾸지 않는 나는 간밤 등골이 서늘할 정도의 무서운 꿈을 꾸었고 덕분에 새벽 2시에 눈을 뜨게 된다. 도박하는 자들이 눈을 뜨자마자 가장 먼저 하는 일이란 의례 그렇 듯 폰을 열어 자신이 베팅한 팀의 결과를 확인하는 일이다.1.23의 똥배를 받은 신시내티가 5-1로 개발리는 스코어를 보고 나는 이것이 진정 꿈이라 생각하며 다시 취침에 든다.간밤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신시내티가 컵스에 개발린 스코어를 힘빠지게 보며 생각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아니 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걸까. 그깟 똥배 1.23을 먹으려고… 나는 휴대폰을 벽에 집어 던지고 싶은 마음을 가까스로 추스리고 다시 아침 경기에 베팅을 하였다.전날 나는 총 60을 잃었고 이것을 복구하기 위해 30을 태우기로 작정한다.야구 경기는 도저히 맞출 자신이 없던 나는 미축 오버 베팅을 축으로 한 베팅을 하기로 한다.1.36, 1.56 모두가 들어오는 베당이다. 기분 좋은 확신이 든다.자주가는 복방에 들어가자 주인이 나를 힐끔 거린다. 주인은 손님들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만으로 벌써 잃었는지 땄는지를 구별할 줄 안다. 오랜시간 앉아 있다 보면 그정도 쯤은 눈에 보이기 마련이다.나는 미련없이 마킹을 하고 주인의 눈에서 이번에는 당첨되라는 연민의 눈빛을 세례받은 뒤 복방을 빠져 나왔다. 매미의 맹렬한 울음뒤로 선선한 가을 바람이 코끝을 스쳤다.결과는 대실패 였다. 원망도, 한탄도, 분노도 없는 어떤 감정이 마음속에서 일렁였다.대신 나는 바지를 벗고 자위를 했다. 성욕이 인것도 아닌데 나는 미친듯이 자위를 했다. 그래야만 했다. 그래야만 …그리고 도시락을 사와 밥알들을 씹었다. 씹으면서도 오후경기에 대한 생각들 뿐이었다. 그냥 운이 없었을 뿐이라고, 오후 경기는 잘 될거라고 다시 한 번 자위를 하면서 말이다. 순간 입에서 종이 씹는 맛이 났다. 간밤 나는 무서운 꿈을 꾸었다.